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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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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방부 청사 인근 도로는 매일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러닝 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청사 곳곳에 있는 체력단련실도 땀에 흠뻑 젖은 체육복 차림의 ‘러닝 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국방부에서 근무 중인 장교와 부사관 등 군 간부들이 이달 중 전군(全軍)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체력검정에 대비해 일과 후 ‘몸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체력검정을 준비하는 군 간부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합격’ ‘불합격’만 따지던 종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판정결과가 인사기록에 반영돼 사실상 진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체력검정의 종목별 합격기준은 30세의 경우 △1.5㎞ 달리기 7분14초 이내 △윗몸일으키기 2분에 48회 이상 △팔굽혀펴기 2분에 38회 이상이다.
군 일각의 반발도 만만찮다. 99년 미군의 체력검정 제도를 본뜬 현 체력검정 제도가 군 간부의 체력 향상이라는 취지 대신 진급을 위한 ‘벼락치기 시험’으로 전락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공군 장교는 체력검정에 대비한 연습 도중 심장마비로 숨지기도 했다.
국방부의 이모 소령(35)은 “잦은 야근 등 열악한 여건은 외면한 채 검정기준만 강화한 것은 문제이다”며 “평소 체력단련 시간을 보장하는 등 내실 있는 군 체력강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