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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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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 귀중한 동식물과 그들이 안심하고 서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더욱이 백두대간은 하천, 바다, 갯벌, 도서, 사구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 국토 생태 네트워크 구축에서 핵심적인 역할과 기능을 한다. 야생동물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서식하는 종의 분산에 기여한다. 그리고 토양의 침식을 막아주고 생물다양성의 보호와 상류수원의 함양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도로-토석채취 등 몸살▼
그러나 도로건설이나 토석 채취 같은 무분별한 개발 행위는 물론, 지나치게 많은 등산로의 개설이나 잘못된 이용은 이 같은 기능들을 크게 저해하고 만다. 생태계가 넓은 폭의 도로에 의해 파편화하는 것은 서식처의 상실과 고립화를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생태적 완결성을 파괴하게 된다. 등산로의 밀도와 이용이 증가하면 물에 의한 침식도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 대한 광역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영향평가가 없었다는 것은 백두대간의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등산객들로 인한 생태계의 단절 및 훼손을 방지하고 생태계 본래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더 이상의 훼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백두대간의 생태적 중요성과 지나치게 많은 등산로와 잘못된 등산 습관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 대중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등산객들이나 일반 대중의 참여가 생태계 관리나 복원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훼손지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지리정보체계(GIS)를 이용해 지도화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훼손지를 유형화해야 한다. 서식처의 파편화는 인간의 활동뿐만 아니라 자연과정에 의해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생태 지도가 활용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조사와 분류는 두 단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백두대간 전체에 걸쳐서 인공위성이나 항공사진, 지형도 등을 이용해 간이조사를 실시한 후 산별로 토양, 식생, 지형·지질, 수리·수문 등의 관점에서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셋째, 기존의 훼손지에 대해서는 훼손지 유형별로 생태복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원지침에는 지나친 이용으로 좋은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 방안, 직선화된 등산로의 곡선화, 등산로변 자연식생대의 조성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넷째, 등산로의 종합적인 관리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태계 훼손의 우려가 있는 기존의 등산로는 휴식년제를 도입해 폐쇄하거나 대안 노선을 제공해야 한다. 등산객의 숫자를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등산로를 개설하고자 할 때에는 기존의 등산로 밀도를 고려하고 형태와 위치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백두대간의 중요한 생태계, 특히 유전자 보존 등이 필요한 지역은 핵심지역 혹은 절대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등산로 개설을 일절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되어 있는 등산로도 최대한 가장자리로 옮겨야 한다.
▼생태복원 서둘러야▼
지금까지 백두대간의 생태계에 대한 논의는 야생 동식물과 그 서식처 보전에 치중해 왔다. 이제는 전 국토 생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생태적 가치를 보아야 한다. 백두대간을 포함한 국토 생태 네트워크의 구축은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등산로 계획과 관리를 백두대간 생태계 관리에 통합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 등산으로 인하여 백두대간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경관생태학, 생태계생태학, 복원생태학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여기서 경관생태학은 생태계의 연결성을, 생태계생태학은 생태계 내에서의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을, 복원생태학은 훼손된 생태계를 원래의 상태에 가깝도록 되돌려 주는 분야를 각각 말한다.
우리가 백두대간의 생태적 지속성을 유지시키고 보존해야 하는 것은 민족의 유산으로 다음 세대에 온전하게 넘겨주어야 할 자연 자산이기 때문이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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