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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31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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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들은 기초기술 개발 투자가 충분치 않아 뒷심이 달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세계시장의 과점화, 공급과잉 등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컨설팅업체 모니터 컴퍼니 보고서)
21세기 초반 한국기업들이 반드시 적응해야 하는 ‘국제 경쟁 생태계의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공급과잉이라는 괴물〓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메모리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제품 상당수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이다.
자동차만 해도 96∼97년 북미 지역은 생산능력의 21%, 서유럽은 33%, 일본은 50%만을 생산했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매년 3.8%씩 성장해 2010년 연간 200만대 생산체제로 들어설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치명적이다.
철강산업도 90년 미국 중국의 생산 증설로 공급 과잉률이 20%를 넘어섰다. 반도체산업은 90년대 한국 일본 대만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2000년 D램 공급이 수요보다 4.1% 많았다.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제품의 과잉률도 15%가 넘는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모든 업종에서 급격히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철강 과잉생산능력(1999년) 8030만t중 4000만t이 중국에 의한 것이다.
▽급속한 과점화…틈새시장이 줄어든다〓공급과잉 해소 차원에서 합종연횡을 통한 시장 과점화도 활발하다. 대형 업체들이 ‘거대 기업군’으로 뭉치면서 경쟁이 원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가속화하는 등 경쟁질서가 바뀌고 있다.
스페인의 아세랄리아, 룩셈부르크의 아베드, 프랑스의 유지노가 지난해 11월 ‘뉴코(Newco)’라는 이름으로 합병해 세계 최대의 제철소를 출범시키는데 합의했다. 일본에서 진행 중인 신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 고베제강이 합병하면 역시 세계 최대가 된다.
생활가전 시장도 빠른 속도로 과점화하고 있다. 80년 150개 업체가 시장의 75%를 점유했으나 2000년에는 보쉬, 월풀 등 9개 업체가 84%를 차지했다.
세계시장을 과점화한 ‘거대 기업군’은 지구촌 구석구석을 공략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지역을 겨냥해 한국 등 후발국이 틈새시장을 파고들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
▽표준 전쟁… 또 다른 ‘왕따 경쟁’〓 일본의 소니 히타치 마쓰시타 샤프 도시바사가 네덜란드 필립스와 함께 디지털 가전기기의 ‘통신 표준’인 ‘하비(HAVi·Home Audio Video interoperability) 구축을 추진중이다. ‘하비’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3세대 휴대전화 기술표준을 놓고 미국 퀄컴(동기식)과 유럽의 에릭슨 노키아(비동기) 등이 벌이는 ‘글로벌 표준 전쟁’의 향배에 따라서도 한가지 방식을 선택한 업체들의 운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화’라는 새로운 경쟁력 싸움〓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자서전에서 주력 품목인 발전기용 터빈 수요가 줄자 판매한 터빈의 수리 보수 등 ‘서비스’ 분야로 업무를 확대해 터빈 판매 수익 대비 40%에 이르는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선진 자동차업체들은 금융서비스 렌터카 전자상거래 확대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도요타 BMW 등이 보험사를 인수한 것이 한 예. 제조업체가 물건만 잘 만들어 경쟁력을 갖던 시대는 지났다. 제조업체의 서비스화라는 새로운 추세가 생긴 것이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주요 업종별 세계 과잉생산 능력 | |||
| 업종 | 생산능력 | 수요 | 과잉률(%) |
| 자동차(만대) | 6,700 | 5,100 | 31.4 |
| 석유화학(합성수지·만t) | 14,875 | 12,885 | 15.4 |
| 철강(만t) | 84,600 | 73,800 | 14.6 |
| 조선(만t) | 2,200 | 2,004 | 9.8 |
| 반도체(D램·백만MB) | 32,704 | 31,423 | 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