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표 '스포츠 토토' 고위층 친인척에 로비 의혹

  • 입력 2002년 3월 30일 07시 25분


체육복표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는 한국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권을 따내는 데 도움을 받은 대가로 고위층 친인척 A씨와 정치인 B씨, 현 정권 초기 여권 핵심의 보좌역 C씨 등에게 이 회사 주식 수만주와 수억원의 돈을 주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진위가 주목된다.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宋在斌·33)씨의 측근인 C씨의 비서였던 천모씨는 29일 본보 취재팀과 만나 “송씨가 A, B, C씨 등의 힘을 등에 업고 2001년 2월 사업권을 따낸 직후 그 대가로 회사 주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천씨는 28일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으며 C씨는 이후 천씨의 휴대전화에 “폭로하면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는 내용의 음성녹음을 세 차례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또 경실련 홈페이지에 올린 반박 글을 통해 “회사공금 횡령 등으로 해고된 천씨가 거꾸로 회사비리를 폭로하겠다며 6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씨에 따르면 A씨는 주식을 3만주 이상 받아 동서인 D씨를 통해 박모 김모 유모씨 등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분배했으며 B씨와 C씨는 각각 주식 2만주 이상씩을 자신의 운전사와 사업체 여직원의 이름으로 소유했다는 것.

천씨는 “박 김 유씨가 모두 C씨와 동향이며 D씨가 직접 이들 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주주 명부에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와 C씨는 미국 유학 시절 만나 알고 지냈으며 송씨는 C씨의 소개로 A씨를 만나 청탁을 했다고 천씨는 주장했다. B씨와 C씨는 모두 90년대 중반 현 여권 실세 정치인의 비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씨는 또 송씨가 A씨에게 직접 수억원의 돈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1997년 8월 영국의 세계적 풀스게임(투표권사업) 업체인 리틀우즈사의 국내 대행사인 코리아풀스마케팅(KPM)을 설립한 뒤 지난해 2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체육복표사업 수탁사업자로 선정됐다.

체육복표 사업이란 스포츠 경기의 승패나 점수를 맞힌 사람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베팅 게임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송씨와 타이거풀스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천씨는 검찰이 본격 수사하면 자진출두해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타이거풀스 고위 관계자는 “천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박씨 등의 명의로 된 주식은 사업가 이모씨가 실제 주인이고 A씨 등은 가명이나 차명으로 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천씨는 전과가 많은 범죄자로 자신이 C씨와 분쟁을 벌이다 형사처벌 될 위기에 처하자 음해성 폭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이거풀스측은 취재팀에 송씨와 직접 연결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