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씨 막후실세 역할]전방위 國政개입 의혹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25분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대한 로비뿐만 아니라 인사를 비롯한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가 ‘막후 실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이수동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그가 아태평화재단의 상임이사라는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이용호씨의 부탁을 받고 금감원 조사에 부당하게 간여했다고 밝혔다.

이수동씨의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려 한 사람들은 이용호씨 외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이용호씨를 소개한 인터피온 사외이사 도승희(都勝喜)씨는 “이수동씨에게서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의 내정 사실을 인사발표 일주일전에 듣고 안씨에게 전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씨는 당시 안 전 청장이 ‘이수동씨에게 감사한다’는 취지의 표현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팀이 이수동씨 집에서 압수한 물건 가운데 군 수뇌부 인사 관련 서류가 포함돼 있어 그가 군 인사에도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압수된 서류는 이수용(李秀勇) 전 해군참모총장 및 현역 여단장급 군 장성의 인사와 관련된 것들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압수한 서류에는 모 방송국 교향악단 관계자의 인사 관련 서류와 정치권 인사의 취업 관련 이력서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이수동씨가 실제로 인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측근으로 30년 이상 활동하면서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씨와 함께 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그의 역할과 행동반경 등을 감안하면 이런 의혹들을 근거 없는 것으로 일축하기는 어렵다.

이수동씨가 검찰 고위 간부들과 긴밀하게 지낸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수동씨는 지난해 11월 검찰 고위 간부에게서 도승희씨 수사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진술하고도 이 간부가 누구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수동씨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행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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