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성 너싱홈'…"치매노인 가족처럼 돌봐드려요"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24분


‘치매나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정성껏 돌봐드립니다.’

18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사설 노인복지시설인 ‘은성 너싱홈(Nursing Home)’. 에버그린복지재단 소속 시설인 이 곳에서 치매와 중풍에 걸린 노인 6명이 김정희(金貞希·48·여) 사무국장의 지도에 따라 화분을 만들고 있었다.

화분 받침대를 붙이다가 흙을 흘리기도 하고 꽃가지를 부러뜨리는 노인도 있었지만 김 국장은 묵묵히 흙을 쓸어 담고 새 꽃을 가져와 해당 노인에게 건네줬다.

정신과 전문간호사 출신인 김 국장은 “몸과 마음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일시적으로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아 친자식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인내심을 갖고 돌봐드리지 않으면 노인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97년 12월 문을 연 이 곳은 병원에 장기간 입원할 상태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간호가 필요한 치매나 중풍 환자들을 돌봐주는 병원과 가정의 중간 형태인 노인 유료 요양시설. 현재 간호사 5명과 사회복지사 2명 등 직원 26명이 69∼103세 노인 환자 40명을 교대 근무로 돌보고 있다.

특히 인근 동네에 사는 주부들이 간병과 주방 일을 맡기 때문에 가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물리치료사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를 하고 있다. 비용은 1인당 월 100만원으로 전문병원이나 요양기관보다 저렴한 편.

김 국장은 “생활보호대상 노인환자들은 정부 시설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가정에서는 고급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중하류층을 위한 복지시설은 거의 없다”며 “지난 4년간 운영해보니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시설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에버그린측은 은성 너싱홈과 유사한 시설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3월부터 40, 50대 실직자를 대상으로 기초적인 간호 지식과 복지 마인드를 가르치는 3개월 과정의 ‘무료 간병인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복지시설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실업 문제 해결에도 다소 기여하겠다는 목적에서다.

김 국장은 “정부 보조가 있으면 자신의 집에 10명 안팎의 노인환자를 수용할 너싱홈을 차리려는 사람도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02-352-2004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