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과의 차순대(車淳大) 공예계장은 1월 중순 목조각장 허길량(許吉亮)씨에게 인편으로 보낸 편지에서 “이진형의 보유자 인정 예고 건과 관련하여 귀하께서 마치 내가 이진형과 유착되어 있으니 계좌추적 등을 통해 내사해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모 경찰서에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내 앞에 와서 무릎꿇고 사죄하지 않으면…귀하를 공예계에서 매장시키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폭언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말 이진형씨를 중요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장 보유자 인정 예고(인간문화재 후보 지정)한 데 대해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적격 논란과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차 계장은 허씨가 의혹제기의 장본인이라고 보고 문제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요무형문화재총연합회는 “이같이 몰상식하고 무례한 편지는 인간문화재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한편 공동대응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허씨는 “편지를 받은 후 문화재청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사과를 하지 않고문화재청장 면담도 담당과에서 막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 계장은 “인간문화재를 모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진형씨와 내가 유착됐다는 식으로 허씨가 사실 무근의 소문을 내고 다녀 경고하기 위해 편지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씨는 “두 사람의 유착 운운하고 다닌 적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재청은 차 계장의 편지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징계 사유가 안 된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다만 이진형씨에 대해서는 인간문화재 인정 여부에 대해 추가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