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직원, 인간문화재에 "인간말종" 협박편지 파문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18분


문화재청 직원이 최근 목조각장 보유자(인간문화재)에게 ‘인간 말종’ ‘공예계에서 매장’ 운운하는 협박편지를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무형문화재과의 차순대(車淳大) 공예계장은 1월 중순 목조각장 허길량(許吉亮)씨에게 인편으로 보낸 편지에서 “이진형의 보유자 인정 예고 건과 관련하여 귀하께서 마치 내가 이진형과 유착되어 있으니 계좌추적 등을 통해 내사해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모 경찰서에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내 앞에 와서 무릎꿇고 사죄하지 않으면…귀하를 공예계에서 매장시키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폭언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말 이진형씨를 중요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장 보유자 인정 예고(인간문화재 후보 지정)한 데 대해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적격 논란과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차 계장은 허씨가 의혹제기의 장본인이라고 보고 문제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요무형문화재총연합회는 “이같이 몰상식하고 무례한 편지는 인간문화재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한편 공동대응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허씨는 “편지를 받은 후 문화재청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사과를 하지 않고문화재청장 면담도 담당과에서 막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 계장은 “인간문화재를 모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진형씨와 내가 유착됐다는 식으로 허씨가 사실 무근의 소문을 내고 다녀 경고하기 위해 편지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씨는 “두 사람의 유착 운운하고 다닌 적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재청은 차 계장의 편지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징계 사유가 안 된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다만 이진형씨에 대해서는 인간문화재 인정 여부에 대해 추가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