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공무원 정원 場外 설전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26분


김재철 회장
김재철 회장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장이 공무원 정원을 놓고 장외에서 팽팽한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김 회장. 김 회장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나라가 잘 되려면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되 보수를 배로 높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강한 어조로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에는 우수한 인재가 공직에 너무 많이 몰려 있다”며 “공무원이 절반 가량 민간으로 옮기면 나라가 훨씬 잘 될 것”이라고 공무원 사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진 부총리는 14일 “부재기위(不在其位)면 부의기정(不議其政)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해당 업무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뜻(원문에는 불모기정·不謀其政으로 돼 있음).

수출을 늘리는 일을 본업으로 하는 무역협회장이 공무원 수를 들먹인 데 대해 일종의 핀잔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들이 이날 향후 국가 비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자 진 부총리 스스로도 공무원을 뽑는 행정고시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진 부총리는 또 “기여금입학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교육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혀 자신도 ‘부재기위면 부의기정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입방아에 올랐다. 경제부총리로서 교육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면 같은 논리로 김 회장도 공무원 정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모순에 빠진 것. 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김 회장의 추가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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