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亨澤 뭉칫돈' 어디로…특검 7,8개 계좌 발견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20분


수갑 찬 이형택씨
수갑 찬 이형택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향후 수사와 관련,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의 실체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팀은 그동안 이씨가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본인 명의와 가차명 계좌 7, 8개를 발견하고 이들 계좌에 수시로 입출금된 출처 불명의 뭉칫돈의 흐름을 추적했다.

이 뭉칫돈이 ‘이용호 게이트’의 정관계 로비와 그에 따른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규명할 열쇠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뭉칫돈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야당 시절부터 김 대통령의 비자금을 이형택씨가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우에 따라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의 특검팀 수사 결과 이씨는 신한은행에 개인 대여금고를 운영했고 하나은행 서울은행 등 시중은행 곳곳에 외부에서 들어온 수십억원대의 돈을 제3자 명의로 분산 예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특히 계좌추적 도중 서울은행의 한 지점에 C기업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발견했다. 이 계좌에는 2000년 8월경 2억6000만원이 입금됐다가 하루 만에 빠져나갔으나 이 돈의 실제 주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99년 9월 제3자 명의로 개설된 하나은행 통장에서 1억∼2억원씩 입출금이 수시로 이뤄졌고 한때 잔액이 10억원대에 달했으나 이 돈의 출처와 사용처도 불분명한 상태다.

특검팀은 보물 발굴 사업을 주도한 이씨가 대통령 인척이자 예금보험공사 전무라는 지위를 이용해 금융기관에 각종 압력과 청탁을 하며 로비 대가 등으로 받은 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이 비자금을 찾아낸다 해도 ‘이용호 게이트’와 직접 관련이 없을 경우 특검팀 수사 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수사가 더 이상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핵심은 문제의 돈이 이용호씨 등에게서 건네진 것이냐의 여부”라며 “이 자금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거기에서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특검팀은 당분간 뭉칫돈 중에서 이형택씨가 각종 로비의 대가로 받은 돈이 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이용호 게이트’와 관계없는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에는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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