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땅등기 변조의혹…1일 구속여부 결정

  • 입력 2002년 2월 1일 06시 3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지앤지(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를 속여 강원 철원군 임야 2만7000평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팔았던 것으로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문서인 등기촉탁서를 변조한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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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용호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뒤 땅을 비싸게 사준 조건으로 이형택씨에게 조흥캐피탈 인수 관련 청탁을 했고 이에 따라 이형택씨는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에 따르면 이형택씨는 98년 4월 H사 대표 윤모씨가 법원에서 6500만원에 경락받은 땅을 윤씨에게 빌려줬던 돈 대신 받았다.

이형택씨는 이 땅의 2000년 평당 시세가 5000원 미만으로 총 시가가 1억3000만원 이상 나갈 수 없는데도 2000년 8월 동화은행 후배 허옥석(許玉錫·구속)씨의 소개로 만난 이용호씨에게 2억8000만원에 팔았다.

특검팀은 이형택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이미 땅을 2억8000만원에 팔기로 계약한 뒤에도 땅 매각과 관련해 범행(고가의 땅이라고 속인 부분)을 은폐할 목적으로 모 경제신문에 이 땅을 6억원에 판다고 광고까지 냈다”고 밝혔다.

당시 이용호씨는 현장 확인이나 가치 평가를 하지 않고 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땅의 시세를 안 뒤 이를 비싸게 사주는 대가로 이형택씨에게 조흥캐피탈 인수 관련 청탁을 제의했다.

특검팀은 특히 “이형택씨가 매각액 2억8000만원에 가까운 액수에 땅을 구입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등기촉탁서의 과세표준란에 적혀 있던 ‘6500만원’을 ‘2억6500만원’으로 변조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도 지난해 11월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땅이 비싸게 거래된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했으나 누가 공문서를 위조했는지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을 특검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31일 이형택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형택씨는 또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보물 발굴사업 지원을 청탁한 대가로 발굴 수익의 15%를 받기로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형택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1일 오전 10시반 심사를 거쳐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이형택씨의 계좌에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2000만원까지 모두 수억원의 돈이 수차례에 걸쳐 입금되고 H은행 가차명 계좌에도 1억∼2억원씩의 돈이 수시로 입출금되면서 돈세탁이 이뤄진 흔적을 포착하고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캐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르면 2일 이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며 이에 앞서 1일 이용호씨 사건 수사 당시 서울지검장이었던 임휘윤(任彙潤) 전 부산고검장을 소환해 내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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