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금융권에 전방위 로비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2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조흥은행이 매각한 조흥캐피탈을 이용호(李容湖)씨가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형택씨의 금융권 로비 의혹들이 얼마나 확인될지 주목된다.

이형택씨의 금융권 로비 의혹은 크게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인수 과정 개입 의혹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과 주가조작 개입 의혹 △220억원 규모의 신화건설 회사채의 산업은행 인수와 한빛은행 보증 과정 개입 의혹 등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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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캐피탈 인수 과정 개입 의혹〓특별검사팀은 이형택씨가 2000년 8월 이용호씨에게 자신의 임야 2만7000평을 시가보다 2배가량 비싸게 팔아 1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대가로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인수를 도와준 사실을 확인하고 이형택씨의 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

조흥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전무였던 이형택씨가 자신의 업무상 영향력을 이용해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인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삼애인더스 해외 전화사채 발행 및 주가조작 개입 의혹〓청와대 국가정보원 해군 등 국가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며 전남 진도 해저 보물 발굴사업을 사실상 주도한 이형택씨는 2000년 11월 이용호씨를 보물 발굴 사업에 끌어들였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이용호씨의 발굴 사업에 대한 투자 대가로 900만달러 상당의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 편법 발행과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인수 과정에도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국정원 등을 통해 보물 매장 정보의 신빙성이 별로라는 사실을 이미 확인한 이형택씨가 처음부터 이용호씨와 함께 보물 발굴 사업을 재료로 주가조작에 적극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화건설 회사채 인수 보증 개입 의혹〓이형택씨는 2000년 6월 신화건설 회사채 인수 및 보증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씨가 보물 발굴 작업을 돕는 대가로 한빛은행이 신화건설 회사채를 인수하고 보증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택씨의 ‘배후’〓보물 발굴사업에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개입이 드러난 것처럼 금융권에 대한 로비 과정에도 이형택씨를 도와준 ‘배후’가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은행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이형택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건의 중심이 권력 핵심부를 비롯한 ‘최상층’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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