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전화' 직후 이용호씨 낙찰 받아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23분


조흥은행은 이용호씨에게 자회사인 조흥캐피탈을 적법 절차에 의해 매각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형택씨가 위성복 행장에게 입찰 직전 전화한 사실이 밝혀지자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시 이형택씨는 예금보험공사의 실세였고 조흥은행은 예보로부터 경영정상화계획(MOU) 이행 점검을 받는 처지였다.

조흥은행의 ‘조흥캐피탈 매각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조흥캐피탈은 예보와 체결한 MOU에 의거해 매각 주간사회사인 디조벤처를 통해 2000년 9월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산동회계법인의 실사결과 적정가격은 291억원(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나왔으며 경쟁입찰에서 이용호씨는 301억원,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구속)은 268억원을 써내 이용호씨에게 낙찰됐다. 특검은 이형택씨의 청탁성 전화가 입찰과정 및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성복 행장은 “당시 이형택씨의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매각주간사회사를 통해 공개입찰을 거쳤기 때문에 조흥은행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쌍용양회가 갖고 있던 쌍용화재 지분 12%를 이용호씨가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인 승환씨(구속)가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임원진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용호씨가 대주주였던 삼애인더스의 전환사채(CB) 발행 주간업무를 옛 조흥증권(현재 KGI증권)이 맡은 배경도 석연찮다. 이용호씨 관련 사건에 매번 조흥은행이나 그 자회사가 끼어 든 것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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