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게이트 열쇠 김영준씨 행적]서울서 호화판 은신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29분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씨(42)는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 ‘열쇠’를 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이용호씨 사건을 수사하며 김씨를 수배했던 검찰 관계자는 “김씨만 잡히면 이씨의 진술 없이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정관계의 다양한 인사들과 친분을 맺으며 이들에게 이씨를 소개하고 주가조작을 통해 번 돈을 배분하는 등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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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부실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대준 점도 김씨가 이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개연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김씨의 대담하면서도 화려한 도피 행적을 감안하면 로비를 실제로 했을 경우 그 규모도 대단했을 것이라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120평 호화빌라에서 월세 2000만원을 내고 살았던 김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10억원대의 강남구 청담동 빌라로 거처를 옮겨 은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일지

△2000.5.9〓서울지검 특수2부, 이씨 횡 령 등 혐의 긴급체포

△5.10〓검찰, 이씨 석방

△7월〓이씨 불입건(입건유예 처분)

△2001.6월〓대검 중앙수사부, 이씨 사 건 내사 착수

△9.4〓대검, 이씨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9.15〓여운환씨 구속

△9.19〓신승남 검찰총장, 동생 승환씨 6666만원 받은 사실 공개

△9.20〓검찰 특별감찰본부 설치. 대검 중수부, 승환씨 소환

△9.21〓검찰,승환씨 무혐의 석방

△10.12〓특감 조사결과 발표

△12.11〓차정일 특검팀 재수사 착수

△12.31〓이기주씨 구속

△2002.1.10〓특검팀, 승환씨 소환

△1.13〓승환씨 구속. 신승남 총장 사퇴

△1.15〓특검팀, 김영준씨 긴급체포

김씨는 BMW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 3대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수사망을 피했으며 동생의 운전면허증을 자기 것으로 변조하고 휴대전화 3, 4대를 번갈아 사용하는 등 철저히 신분을 위장해왔다. 그런 와중에서도 서울 강남 일대 고급 술집과 카페를 드나들며 재벌 행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씨가 도피 중에도 일부 코스닥 상장기업을 상대로 주식투자를 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재기를 꿈꾸면서 기존에 로비를 벌였던 사람들을 만나 구명운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특검팀은 휴대전화 발신자 추적 등을 통해 김씨의 은신처를 알아냈고 그의 동생과 운전사를 붙잡아 추궁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한편 특검팀이 김씨를 체포함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해 김씨를 추적했던 검찰이 부실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검찰은 단서가 잡히지 않자 김씨가 여권을 위조해 해외로 출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위야 어떻든 검찰이 3개월 이상 잡지 못했던 김씨를 특검팀이 한달 만에 검거했으므로 검찰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김씨가 이씨의 공범임을 확인해 지명수배와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특검팀 수사 직전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김씨의 소재를 파악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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