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씨 PC서 '이용호 리스트' 나올땐 정관계인사 소환 회오리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26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특검팀이 16일 이 사건 핵심 인물인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씨(42)의 PC에서 하드디스크 2개를 입수함에 따라 이른바 ‘이용호 리스트’의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씨가 숨어 있던 빌라에서 발견된 이 PC는 김씨가 지난해 9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여러 차례 거처를 옮겨다니면서도 반드시 갖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입수한 이 PC에서 김씨의 해외전환사채(CB) 펀드인 B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의 명단이나 이와 관련한 내용이 발견되면 연관된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것은 물론 이번 사건의 본체인 로비의 실체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김씨가 정보 유출을 우려해 하드디스크를 새로 포맷했더라도 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복구해 낼 수 있는 데이터 복구 시스템 등을 이용해 이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반드시 찾아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펀드에는 정관계와 법조계 등 유력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김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고 펀드 가입자들이 불과 2주 만에 400%가 넘는 고수익을 올린 점 등으로 미뤄 이들 가입자 중 주가조작이 성공하도록 뒤를 봐준 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특검팀은 김형윤(金亨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의 ‘역할’을 알아내는 데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용호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허옥석(許玉錫)씨를 이씨에게 소개시켜 준 것이 김 전 단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김 전 단장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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