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전 청장 “수지김 듣지도 못했다”

  • 입력 2002년 1월 11일 15시 57분


‘수지 김 살해사건’ 을 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과 김승일(金承一)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에 대한 첫 공판이 11일 열렸다.

두 사람은 3시간여동안 진행된 검찰 주신문과 변호인단 반대신문을 통해 엇갈린 진술을 하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최병덕·崔炳德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서 김 전 국장은 “엄익준(嚴翼俊)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서 사건의 진상을 덮으라는 지시를 받고 2000년 2월 경찰청을 방문, 이 전 청장에게 상황 설명과 함께 경찰의 내사 중단을 요청하고 ‘알겠다’ 는 답변을 받았다” 고 진술했다.

이 전 청장은 그러나 “김 전 국장이 찾아왔을 때 실무진과 협의하라고 이야기하고 곧 자리를 떴을 뿐 ‘수지 김’ 이라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며 “3,4일 후 사건기록을 국정원에 넘겨줬다는 사후보고는 받았지만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말에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만남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중요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고 말했고 이 전 청장은 “국정원측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물귀신 작전 을 쓰고 있다” 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또 이 전 청장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 김 전국장에게서 ‘엄익준 전 차장이 지시한 것으로 해달라’ 는 요청을 받았다” 고 주장해 은폐 주도 책임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25일 오후2시.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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