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청담도곡지구 재건축 표류 가능성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03분


9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 지구 가운데 ‘노른자위’로 꼽히는 청담도곡지구(강남구 청담동과 도곡동)의 사업계획 승인이 또다시 늦어질 전망이다.

강남구는 2일 지구 내 우선 사업승인 대상 규모(제일 먼저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아파트 가구수)를 2500가구에서 5000가구로 늘려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우선 사업승인 대상 규모는 2000년에 고시된 저밀도지구 재건축 기본계획에서 이미 확정된 사항이어서 이를 변경하려면 최소한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서울시가 우선 사업승인 대상 규모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청담도곡지구 재건축 사업이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남구 입장〓권문용(權文勇) 강남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김학재(金學載) 부시장에게 우선 사업승인 대상 규모를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권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재건축으로 인한 교통체증과 전세난 등에 대한 ‘실험평가’ 용역을 실시한 결과 5000가구를 한꺼번에 재건축하더라도 전세금 추가 인상률이 4.1%인 것으로 나왔다”며 “지난해 서울시내 평균 전세금 상승률(21%)을 감안하면 높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속한 사업계획 승인을 요구하며 구청에서 시위를 벌이는 저밀도 지구 주민들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많다”며 “어차피 재건축을 허용할 바엔 우선 사업승인 대상 규모를 늘리는 것이 주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서울시〓서울시는 강남구의 요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재건축에 따른 전세 수요와 폐기물 발생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온 우선사업 대상 규모를 바꾸면 서울시 전체 주택 행정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업계획 승인권자인 구청장이 우선 사업대상 단지를 선정하지 않고 규모를 늘리고 사업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등 본질에서 벗어난 요구를 하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시각이다.

배경동(裵慶東) 서울시 주택국장은 “강남구의 용역 결과는 청담도곡지구를 중심으로 한 내용이기 때문에 서울 전역의 교통 흐름이나 전셋집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현재로선 우선 허용가구수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또 “사업계획 승인권을 가진 구청이 우선 사업대상 단지를 결정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며 “구청장이 선거를 앞두고 집단 민원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고유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불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어 주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될까〓서울시의 반대 입장이 분명한 만큼 우선사업 대상 규모가 실제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표를 의식하고 재건축 대상 가구수를 늘리거나 착수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변 지역 전세금이 오를 가능성은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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