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비리마다 '핵심'은 실종…경부고속철로비 최만석씨 유유히 출국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8시 07분


‘진승현 게이트’의 핵심 로비스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가 검찰의 재수사 착수 직후 미국으로 달아났으나 검찰이 40여일이 지나도록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 수사의 ‘수준’을 의심케 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도피한 사실도 모르고 현상금 1000만원을 걸고 검거전담반까지 구성하면서 ‘헛수고’를 해왔다.

검찰은 김씨의 출국신고서가 전산 입력되는 데 시일이 걸려 김씨의 출국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 28일경 김씨가 인천공항 부근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을 알고 추적한 끝에 미국으로 달아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검찰의 해명을 그대로 믿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검찰이 출국금지에 시간이 걸리는 허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출국금지 조치만 해놓고 한번도 출국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수사 초기에 “김씨와 간접적으로 연락이 닿고 있으며 소환만 되면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검찰은 지난주에도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알면 깜짝 놀랄 정도로 김씨 검거반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했던 한 중견 검사는 “출입국 관리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 피의자의 경우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뒤에도 수시로 출국 기록을 점검하는 것이 특별수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이없는 일은 대형 사건에서 번번이 반복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의혹 사건의 로비스트였던 최만석씨(59)의 해외 도피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한다. 최씨는 99년 10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에서 출국하려다 적발돼 여권까지 압수당했으나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미국으로 도피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에도 검찰은 “최씨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다”고 말했으나 곧 최씨를 해외에서 봤다는 증언이 언론 보도로 전해지자 검찰은 지난해 5월 최씨가 출국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또 ‘이용호 게이트’와 ‘정현준 게이트’ 수사에서도 주요 사건 관련자들이 내사 단계나 수사 착수 직후 해외로 달아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례가 많았다.

해외 도피한 주요 사건 핵심 관련자
사 건해외도피자 해외도피 경위 및 의혹
진승현 게이트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검찰 재수사 착수 전날 미국으로 출국,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의 도피 연루 의혹
이용호 게이트 모 복권사 김모 사장이용호씨 구속된 뒤 출국, 이씨에게 권력 실세 소개한 의혹
D파이낸스 김모 전 이사이용호씨 계열사 대주주였고 이씨 횡령 혐의에 연루된 의혹
로케트전기 윤모 전 전무이용호씨와 리빙TV 주식 3차례 매매, 여권 검찰 국정원 인사들에게 이씨 소개해 준 의혹
정현준 게이트동방금고 유조웅 사장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하기 직전 미국으로 출국,
금감원 정치권 로비 의혹
신양팩토링 오기준 사장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의 검찰 출두 당일 출국,
정치권 연결고리 및 수사기관의 출국 방조 의혹
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의혹
로비스트 최만석씨출국금지된 상태에서 해외도피, 프랑스 알스톰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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