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어머니 큰사랑에 작은 보답일 뿐”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04분


“자식된 도리로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수술 결과처럼 시험 결과도 좋게 나왔으면….”

2002학년도 경희대 정시모집 이학부에 지원한 최근호(崔根浩·18·서울 양천고 3년)군은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병동 7215호 병실에서 논술고사를 치렀다. 전날 어머니 이미숙(李美淑·49)씨에게 자신의 왼쪽 신장을 떼어주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

6개월 전 잦은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았던 이씨는 만성 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 신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평생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는 ‘날벼락’이었다.

최군은 갈수록 체중 감소 등으로 병세가 나빠져 가는 어머니를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시험은 다시 볼 수 있지만 어머니를 잃을 순 없다’고 결심한 최군은 결국 시험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수술대 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군의 갸륵한 효심을 전해들은 학교측은 병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날 최군은 수술을 마친 뒤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진통제로 견디며 2시간반 동안 시험을 치렀다.

최군은 “어머니께서 ‘앞날이 창창한 자식의 몸에 어떻게 칼을 대느냐’며 극구 말리셨지만 어떤 자식이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당장 월세 단칸방에서 힘겹게 생계를 꾸려 가는 최군의 가족은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와 치료비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011-313-6689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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