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돌보는 산타”…고아출신 재미동포 하만경씨‘報恩’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22분


성탄 하루전인 24일 장애인복지시설인 경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홀트복지타운에는 귀한 손님이 한명 찾아왔다. 6·25 한국전쟁 고아 출신으로 현재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나이키사(社)의 미국 본사 부사장인 하만경(河萬璟·미국명 조지프 하)씨가 280명의 원생과 뜻깊은 하루를 보낸 것.

그의 방한은 지난달 미국 포틀랜드 공연길에 올랐던 홀트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의 공연을 관람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합창단원들에게 성탄절 파티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한한 것.

하씨는 이날 원생 280명을 위해 피자와 치킨 등으로 조촐한 점심상을 마련했고 스포츠용품과 옷가지를 성탄 선물로 전달했다. 또 몸이 불편해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어린 중증장애인들을 직접 찾아가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성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박사학위를 따고, 유명 기업의 임원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을 숱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간단했다.

“저는 외롭지도 불쌍하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의지하고 남의 힘을 빌려 생활하는 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이 주신 재능을 갖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고 개발하면 자신과 이웃이 행복해지지요.” 그는 자신의 가족이나 자신에 관한 일체의 질문에 대해선 “나에 대한 관심은 이곳 장애인들에게 대신 보내달라”며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나이조차 밝히길 사양했다.

“성경에 ‘세상의 빛이 되어라’는 말이 있죠. 좋은 일을 하라는 뜻일 겁니다. 또한 누구든 세상과 이웃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죠. 우리 장애인들도 세상의 빛이 되도록 모두가 손을 잡아 주었으면 좋겠네요.” 그가 대답대신 한 말이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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