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사랑나눈 ‘벽안의 천사들’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42분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주둔중인 미 7공군 303정보대대 소속 미군 장병 20여명은 22일 69년 이후 32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충북 제천의 ‘영 육아원(원장 화이트 제인·미국인 선교사)’을 찾았다.

미국 9·11 테러로 인한 경계태세 때문에 한동안 육아원을 찾지 못했던 봉사단원들은 푸짐한 선물보따리를 들고 가 특별 연극과 음악 공연을 하면서 원생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303정보대대의 숙원사업은 스쿨버스 사주기.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30∼40분씩 걸어다녀야 하는 원생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현재까지 1만8000달러를 모았는데, 목표액은 3만달러이다.

올해 7월 열린 스쿨버스 구입비용 마련을 위한 경매행사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 골프스타 박세리 등 유명인사 350여명이 아끼는 소장품을 기증해 5000달러를 모았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200달러를 별도로 보내왔다. 부대원들이 보낸 편지에 호응한 결과다.

303정보대대는 또 부대사무실 현관에 육아원생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어 ‘엔젤 트리(angel tree)’라고 불리는 나무를 세워놓고 쪽지를 선택한 부대원이 해당 원생의 후원자가 되는 방식으로 양쪽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봉사모임의 리더로 활동하는 니콜 완타 병장(22·여)은 “한국을 떠난 부대원 중에도 성금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