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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7일 2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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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이 아이들에게 골프는 생존으로 가는 길목이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올라야 했던 ‘헝그리 복서’와 다를게 없다.
이곳 골프팀은 전체 64명 가운데 11명.
조재근군(8·연산초 2)이 가장 어리고 고교 2년생인 김형근군(18·논산공고 2)과 박안나양(18·논산공고) 등이 고참격이다.
이들이 골프를 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백성기목사(48·서울거주)를 만나면서.
백씨는 94년 우리나라 골프 유망주인 딸(당시 고 3)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딸의 꿈을 동생들을 통해 이루고자 99년 8월부터 이곳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고아원측도 “지도자가 되면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판단에서 이를 받아 들였다.
처음엔 쇠파이프에 붕대를 감아 폐 타이어를 치는 체력단련을 하다가 이후에는 중고 골프채를 구해 운동장에 그물망을 쳐 놓고 연습을 했다.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수업시간 이외에는 밤 10시까지 스윙연습만을 계속했다.
스윙을 위해 땅을 딛고 있는 이들의 두 발에는 험난한 세상에 발 붙이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스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인근에 있는 대둔산컨트리클럽의 도움으로 필드연습도 할 기회를 가졌다.
계룡학사 골프팀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대둔산컨트리클럽 이사였던 한창환씨(韓昌煥·53) 등은 지난해 3월 ‘보육원꿈나무골퍼후원회’를 만들었다.
한회장은 “고교생의 경우 3년째로 접어들면서 세미프로시험에 응시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자활의지를 심어주고 미래를 열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후원회는 국내 부킹이 힘든 여건을 감안해 오는 25일부터 2개월동안 뉴질랜드 전지훈련계획을 세우고 후원자를 찾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직접 밥을 해 먹으며 내년 세미프로시험에 대비할 예정이다.후원회 02-588-8898
<논산〓이기진기자>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