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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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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국내 중소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박사님’ 모셔오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연구원을 구하기 위해 일간지에 공고를 내고 정부출연 연구기관, 지역 대학 등에 소개를 의뢰했지만 1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심지어 한 대학으로부터는 “인근 지역의 대학에는 관련 분야를 전공한 박사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국내 주요 자동차 메이커에 자동차 휠 부품을 납품하는 D사는 사정이 더 딱하다. 이 회사의 생산효율은 일본의 경쟁사인 아사히테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사히테크가 비슷한 품질의 휠을 3∼4분에 하나씩 만드는 데 비해 D사는 7∼8분씩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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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차이의 핵심은 다름 아닌 연구인력이다. 아사히테크에는 연구인력만 50명이 넘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박사급이다. 반면 D사의 총 연구원은 6명이고 소장 1명만 박사다. 불량률을 낮추는 수준의 기술관리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직은 낮은 가격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과학기술 연구인력 기근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과학기술부가 매년 작성하는 ‘과학기술 연구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은 5351명. 대학의 3만5141명에 비하면 15%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유럽 일본의 경우 박사급 연구인력의 절반 이상이 민간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주덕영(朱德永) 생산기술연구원장은 “국내 8만여 중소기업은 6300여개의 자체 연구소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이름뿐이고 박사급 고급 인력을 배치해 제대로 연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기능형 중소기업들은 연구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슷한 기술로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중국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박사급 고급 인력의 3D업종 취업 기피 현상도 중소기업 인력 기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내놓은 ‘2001년 산업기술 백서’는 2010년까지 석사 인력의 경우 공학계는 36.7%, 이학계는 25.7%만이 취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남아도는 고급 인력들도 중소기업행은 꺼려 ‘취업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사정이 나은 대기업들도 꼭 필요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입사원들은 대학에서 쓸모 없는 공부만 하고 들어오고 박사급들은 일 좀 할만하면 대학으로 옮길 궁리만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의 고충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가 대졸 신입사원에 들인 재교육비는 70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신입사원들을 3개월간 교육시키는 데 1인당 평균 1000만원을 투자해야 했다.
주덕영 원장은 “고급 인력들에게 보수나 근무여건이 대학보다 훨씬 떨어지는 중소기업으로 가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기술개발(R&D) 관련 시설 투자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인력 유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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