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김재환씨 오리무중 재수사 첫걸음부터 난항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39분


검찰의 ‘진승현 게이트’와 ‘정현준 게이트’에 대한 재수사가 사건 핵심 관련자의 잠적 등으로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의 출발점은 진승현씨의 지시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전국구)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줬고, 정성홍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다고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진술한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에게서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

김 의원과 정 전 과장은 돈을 받거나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김씨의 진술 자체가중요한 단서다.

김씨는 그러나 검찰의 소환을 피하고 있다. 김씨의 입장에서는 5000만원 부분이 사실로 확인되면 진씨의 지시를 받고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 정 전 과장에게 빌려준 4000만원 부분은 이미 횡령 액수에 포함돼 처벌을 받았다.

진씨가 “김 의원 등에게 돈을 주라고 김씨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점도 김씨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 김씨가 소환에 응해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진씨는 18일 “나는 지시한 적이 없지만 김씨가 돈을 줬다면 사실일 것”이라고 말해 김씨의 김 의원에 대한 로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구명운동의 정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진씨가 이 같은 진술을 했기 때문에 김씨가 돈 전달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할 경우 수사 진행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진씨에게서 받은 12억5000만원 가운데 수표 1억5000만원에 대한 사용처 추적의 1차 목표는 정 전 과장이 김씨에게서 4000만원을 빌린 게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김씨는 이 부분에 대해 이미 횡령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면 진씨의 구명운동 명목으로 돈을 주고받은 뒤 빌린 것으로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씨가 언제 출두해 얼마나 신빙성 있는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검찰 수사 속도와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현준 게이트’ 재수사도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과 만났다는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의 보좌관 조정희씨가 “이씨에게서 ‘동방금고 건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감원에서 이미 조사중이라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 재수사 쟁점과 관련자 진술
재수사 대상진술 내용검찰 1차 수사결과당사자 주장
김방림 민주당 의원에 대한 로비 여부김재환씨, “김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진승현씨가 김씨에게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 사실 확인 어려워 김 의원 조사 안함김 의원, “진승현 김재환씨 만난 적이 없고 돈도 받지 않았다”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의 금품수수 여부김재환씨, “정 전과장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다”김씨가 진승현씨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 김씨에 대한 횡령혐의 추가정 전과장, “김재환씨에게서 돈을 받지 않았다”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금품수수 여부이경자씨, “10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당사자 진술이 엇갈리고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사 종결김 전차장, “이경자씨는 일면식도 없다”
이훈평 민주당 의원 보좌관에 대한 로비 여부이경자씨, “남편과 남편 친구를 통해 국회 감사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이씨의 남편이 도피중이고 보좌관을 조사했으나 혐의를 부인해 내사 중단이 의원의 보좌관 조정희씨, “금감원이 조사중인 사실 알고 이씨를 만나지 않았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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