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쿠릴열도 조업금지땐]‘꽁치 대체어장’ 사실상 어렵다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49분


6월에 처음 불거진 한국과 일본의 꽁치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갈수록 꼬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남(南)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의 한국 어선 조업에 반발해 산리쿠(三陸) 수역에서 우리 어선에 조업허가장을 내주지 않는 데 이어 러시아측과의 합의를 거쳐 남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의 ‘제3국 어선 조업금지’까지 추진 중이다.

이처럼 러시아 및 일본 부근에서의 꽁치 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 어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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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쉬는 어민 및 관련업계〓남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 꽁치잡이를 해온 국내 20여개 꽁치봉수망 업체들은 “이 수역에서 한국어선의 조업이 금지되면 우리 업체들은 존립이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원양어업협회 관계자는 “러시아가 일본과 외교적 마찰을 빚어온 남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 한국 등 제3국 어선의 조업을 금지할 경우 우리 어민들로서는 생존권이 하루아침에 박탈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즉각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어민들은 또 “현실적으로 대체어장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정부간 협정이 어려우면 민간차원에서라도 조업을 계속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꽁치수급에 큰 차질 예상〓만약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남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 한국어선의 조업이 내년부터 금지되면 우리나라는 당장 꽁치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꽁치값도 크게 뛸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나 갈치와 달리 한국 주변 바다에서는 최근 수년간 꽁치어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아 지금보다 훨씬 비싼 외국산 꽁치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

한국 어선들은 남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 99년과 지난해 각각 1만2764t, 1만4440t의 꽁치를 잡았고 올해는 현재까지 1만3900t(연간 어획 쿼터 확보량은 1만5000t)을 잡았다.

이 수역에서 조업 중인 우리 꽁치어선 26척은 1차 조업 마감시한인 지난달 28일까지 꽁치를 잡은 뒤 현재 남쿠릴열도 외곽 공해상에 대기 중이다.

▽산리쿠 조업 문제도 난항〓일본이 산리쿠 수역에 대한 조업허가장을 계속 내주지 않을 경우 이달 15일경으로 예정된 이 수역에서의 한국 어선 조업 재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어선들이 산리쿠 수역에서 조업을 하지 못하면 현재 한일 양국간에 진행 중인 내년 입어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일 꽁치 분쟁 일지
▲6월19일:일본정부, 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한국어선 조업 문제화
산리쿠 해상에서의 한국 어선 꽁치조업 허가 유보 조치
▲6월21일:한국정부, 일본 조업 불허 강력대응방침 발표
▲6월22일:일 농림수산상, 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한국어선 조업 철회 요구
▲6월26일:한국정부,한일 어업협상 중단 경고
▲7월5일:러시아, 남쿠릴 열도 입어 허가증 발급
▲7월13일:일 외상, 러시아에 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한국 꽁치조업 중지 요청
▲7월18일:일 정부, 한국 꽁치어선 산리쿠수역 조업허가 유보 조건부 철회
▼8월20일:한국정부,산리쿠수역 조업 허가증을 원안대로 발급 촉구
▲10월7일:일본언론, 러-일 ,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제3국어선 조업금지 합의 보도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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