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준비한다며 문화재 파괴

  • 입력 2001년 9월 26일 00시 14분


경기 광주시가 문화재 당국의 허가 없이 사적인 조선시대 가마터를 파헤쳐 조선백자 조각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등 문화재를 파괴해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상반기 각 읍면에 지시해 백자 조각 1800㎏을 무차별 수집했다.

광주시는 이 중 20가마 분량을 2001 도자기 엑스포가 열리는 광주시 곤지암 행사장에 전시하고 있고 나머지 60여가마를 광주 중부면 상번천리 백자 가마터 전시관 옆 수풀 속에 방치해놓고 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25일 “광주 지역의 백자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읍면에 지시해 백자 조각을 수집했으나 땅을 파지 말고 땅위에 노출된 것만 수집하라고 했다”고 시인했다.

광주시 한 면의 관계자는 “주로 땅 위에서 수집했지만 일부는 땅을 파헤치고 캐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6개 읍면에는 백자 가마터 270개가 산재돼 있으며 1985년 가마터 일대가 사적 314호로 지정됐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매장문화재를 발굴하거나 사적지에서 문화재를 수집하려면 문화재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광주시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한 도자기 전문가는 “조선 시대 왕실백자를 제작한 중요한 유적에서 행정기관 주도로 엄청난 양의 도자기 조각을 수집했다는 것은 파렴치한 문화재 파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 같은 문화재 파괴실상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문화재 파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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