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초등생살해사건 증인들 '진실고백' 잇따라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정진석씨(가명·67·농업)의 ‘초등학생 강간살인’ 재심청구 사건(본보 22일자 A1·28면 보도)과 관련해 사건 당시 경찰의 강압에 의해 허위증언을 했다는 진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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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증인4명 "경찰이 거짓 강요"

사건 직후 일부 증인은 “사건 당일인 72년 9월27일 밤 9시경 범행현장 주변 개울에서 범인인 듯한 남자가 손을 씻는 모습을 보았으며 그 직후 KBS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고 경찰 검찰과 법정에서 증언했으나 그 날은 축구중계가 있어 KBS 밤 9시 뉴스는 방송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씨의 이웃 주민으로 사건발생 직후 “정씨 부인의 부탁으로 빨래를 대신해주면서 정씨의 팬티에 붉은 피가 묻은 흔적을 보았다”고 진술한 이모씨(여·63·강원 춘천시)는 13일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진술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피의 흔적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파출소 뒷방으로 연행돼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강요당했다”며 “동네 사람들이 ‘검찰에 가서 진술을 바꾸면 쇠고랑 찬다’고 해 겁이 나서 검찰에서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머리 빗이 정씨의 것이라고 진술해 정씨 기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김모씨(46·충남 천안시·당시 정씨의 만화가게 종업원)도 “경찰관들이 내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등 가혹행위를 하면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주요 증인 진술 번복 내용

증 인사건당시 신분수사당시 진술취재팀에 밝힌 내용
한모씨(39·강원 홍천군)

춘천 S초등학교 4년(피해자의 1년 후배)사건 직전 피해자가 정씨 가게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경찰의 강압과 회유 때문에 허위증언했다.
이모씨(63·여·강원 춘천시)피의자 정씨의 이웃 주민

사건발생 후 정씨의 팬티를 빨래하면서 붉은 피의 흔적을 보았다.

경찰이 겁을 주면서 유도신문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
김모씨(47·여·서울 상계동) 및 이모씨(47·여)여고생 사건 직후 범행현장 부근에서 누군가 손 씻는 모습을 보고 귀가해 KBS 저녁9시 뉴스를 들었다.당일 ‘박스컵’ 축구중계로 9시 뉴스는 방송되지 않았음.(객관적 상황)
김모씨(46·여·충남 천안시)정씨 만화가게 종업원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빗은 정씨가 사용하던 것이다.경찰이 가혹행위와 협박으로 거짓진술 강요했다.

김씨는 17일 자택에서 취재팀에게 이같이 말하고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정씨의 빗이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하자 검찰이 위증혐의로 구속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목격자의 진술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여고생으로 범행현장을 지나갔던 김모씨(47·서울 상계동)와 이모씨(47·경기 화성시)는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중 범행현장 부근 개울에서 어떤 남자가 손을 씻는 모습을 봤으며 바로 집에 들어가보니 KBS 라디오 밤 9시 뉴스가 막 끝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 등의 진술은 검찰과 법원에서 범행시간이 밤 9시 직전이었다는 공소사실을 증명하는 보강증거로 채택됐다.

그러나 취재팀이 72년 9월27일 사건 당일의 라디오 프로그램 안내표를 확인한 결과 그 날 박정희대통령 컵 쟁탈 국제축구대회 한국과 버마(미얀마)의 경기가 밤 9시45분까지 계속돼 9시 뉴스 자체가 방송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17일 취재팀에게 “당시 경찰 등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은 생각나는데 그 밖의 구체적인 내용은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2일자 보도▼
- 15년간 복역 무기수 "진범 조작됐다" 주장'
- [어느 무기수의 재심 청구]"경찰고문 못이겨 거짓자백""

<이명건·이정은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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