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사장 청부살해사건]'돈줄'막히자 이권다툼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36분


㈜엔비로 사장 김효근(金孝根)씨 청부살해사건은 벤처업계의 도덕적 타락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의 U대 기계공학과를 졸업, C비료회사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99년 12월 현 ㈜엔비로 기획실장 박모씨(41)와 함께 축산오폐수 정화회사 ㈜코시를 대구에서 창업했다.

벤처순풍을 타고 자본금 1억원이던 회사엔 25억여원의 투자금이 들어왔고 김씨는 기술개발 3년 만인 지난해 6월 ‘고농도유기성 오폐수의 물리화학적 정화방법’ 등 3개의 신기술을 특허 출원했다. 이 회사는 같은 해 7월 ㈜엔비로로 법인명의를 변경해 서울로 입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돈이 모이면서 초창기의 순수했던 꿈들은 하나둘씩 변질돼갔다. 술자리는 점점 늘었고 이미 ‘내 돈’이 돼버린 투자금을 쓰는 데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김씨는 회사 이름으로 공금 1500여만원을, 다시 11월엔 1억5000여만원을 빼냈다. 기획실장 박씨도 지난해 12월 회사공금 5000여만원을 빼내 사용했다. 각각 25%의 지분을 가진 이들에게 나머지 50%를 가진 투자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몇몇 굵직한 상담은 있었으나 실제 매출액은 한푼도 없었고 직원 10여명의 임금을 포함한 회사운영자금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꿈을 나눠가졌던 회사직원 사이에도 자본조달과 기술개발 등 회사경영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생겨났다. 김씨가 지난해 12월 대구에 비슷한 오폐수정화회사를 차리면서 회사 내에는 ‘김씨가 회사의 기술특허권을 빼내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고 결국 청부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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