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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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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잇따라 인상된 의보료를 물어온 소비자들은 불편해지기만 했지 보험료 인상에 따른 건강권과 서비스는 어디로 갔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은 어디로 갔는가?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4차례에 걸쳐 30% 이상 오른 의보 수가와 부실한 의료보험 체계, 의사들의 잘못된 진료와 처방 관행 등에 따른 결과다. 잘못된 관행과 보험료 부당 청구 등 누수 요인을 줄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의료제도 자체가 붕괴될 위험마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의약분업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총체적 정책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기관(병의원과 약국)에 지급된 보험 급여비는 8조9569억원으로 99년보다 15% 늘었다. 이 중 동네 의원에 지급된 액수는 3조2838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약국을 제외하면 의료기관에 지급된 보험 급여 증가분의 대부분을 동네 의원이 차지했다. 반면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은 보험 급여가 줄거나 큰 차가 없어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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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지급된 보험 급여는 9052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이 종전 의료기관이 주던 약을 팔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분업으로 약값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개원의들이 경영난을 우려해 종전 진료 및 처방 관행을 바꾸지 않았고 환자들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습관이 변하지 않아 동네의원 급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약이나 주사제가 필요없는 환자에게도 처방전을 써주면 2400∼2500원의 수입이 생기고 환자들 역시 종전처럼 약과 주사를 선호해 약 처방 등을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선진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관행으로 정착한 의약분업을 정부가 사회문화나 의료체계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제도적으로 의보를 통합하고 의약분업을 밀어붙이면 선진국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잘못 판단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병원과 약국의 허위 부당 또는 과당청구도 문제다. 전국 6만여개의 요양기관 가운데 당국의 실사를 받은 곳은 265곳뿐이다. 실사할 인력이 부족하고 그나마 보건복지부 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전산망이 통합되지 않아 체계적인 보험 급여 심사 및 부당 행위 적발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개별 의료행위마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식으로는 의료이용 및 진료관행을 바꾸기 힘들고 허위 또는 과당청구를 막기 어렵다며 의료보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울산대 의대 조홍준 교수(서울중앙병원)는 “현재 실사제도는 유명무실하다”면서 “재정을 포함해 정부가 의료보험의 중장기 대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