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대형 카지노 허가도 나기전 거액공사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37분


국제회의장과 특급 호텔이 밀집한 서울 강남 한복판에 외국인 전용 호화 카지노장이 설치되고 있다.

정식 허가가 나지 않은 이 카지노장은 거액을 들여 부대시설 설치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여서 카지노장 설치추진 배경과 앞으로 정부의 허가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와 인접한 오크우드 호텔의 부속건물인 ‘코엑스 컨벤션 에넥스 센터’ 2, 3층. 총 2000여평 규모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조명이 약 7m 높이의 천장 곳곳에서 불을 밝혔다.

카드 게임을 위한 테이블 수십개가 놓일 자리가 마련돼 있고 그 위엔 테이블을 내려다보는 대형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벽 한쪽엔 현금과 칩을 교환해주는 창구가 보였다.

눈에 띄진 않지만 벽과 천장 조명시설 등 곳곳에 600여대의 부정행위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자리가 있고 카메라와 연결될 케이블 설치는 끝난 상태. 이미 설치된 카메라도 100여대나 됐다.

오크우드호텔 건물주로 카지노 사업을 추진중인 한무컨벤션¤ 관계자는 앞으로 대당 6000∼8000달러 가량 하는 최신 슬롯머신을 300∼350대 설치하고 카드 게임용 테이블을 70∼80대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무컨벤션측은 “서울은 68년에 만들어진 워커힐호텔 카지노가 장기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카지노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외화획득을 위해 정부도 카지노 증설을 허가해줄 수밖에 없어 그에 대비해 시설을 미리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거액이 들어가는 카지노 시설 공사가 허가를 전제로 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무컨벤션은 호텔 건축공사와 시설 설치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모 은행에서 740억원, 또 다른 은행에서 30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김용식(金勇植)회장은 “정부측에서 사전 허가나 그와 관련된 언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정부에서 카지노 사업자 신청 공고를 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허가권한을 가진 문화관광부의 실무관계자는 “한무컨벤션이라는 회사 이름도 모르고 카지노장 설치 사실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관광진흥법에는 한국에 오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마지막 카지노 허가 시점 이후 30만명이 늘었을 경우 2개 이하의 사업자 모집을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아직까지 카지노 신규허가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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