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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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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1동 성북구의회 의사당. 구의원 30명이 사용하는 의사당의 면적은 1,2층 합쳐 760여평. 1층에는 114평의 본회의장과 22평의 의장실을 비롯해 부의장실, 세미나실, 의원휴게실 등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3개의 회의실 외에도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장들을 위한 13평 규모의 집무실이 별도로 있다. 2층 한쪽에는 전직 구의원의 ‘친목’을 위한 ‘의정동호회실’까지 마련돼 있다.
연면적 925평에 이르는 5층짜리 건물을 24명의 구의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마포구 의회. 의원당 사용면적이 38평에 이르는 의사당은 의장실 면적만 35평으로 국회의장의 집무실(30평)을 능가한다. 이처럼 의장실 면적이 20평을 넘는 구의회도 13곳에 이른다(표 참조).
널찍한 공간과 화려하게 실내장식된 구의회는 대부분 텅빈 채 몇 명의 사무국 직원들만이 건물을 지키고 있다.
의장집무실 | |
| 국회의장 | 30 |
| 동대문구 | 37 |
| 마포구 | 35 |
| 노원구 | 29 |
| 서대문구 | 25 |
| 금천구 | 25 |
| 강동구 | 25 |
| 강북구 | 24 |
| 성북구 | 23 |
| 중랑구 | 22 |
| 양천구 | 22 |
| 강서구 | 20 |
| 중구 | 20 |
| 강남구 | 20 |
7일 취재팀의 확인 결과 구의회가 별도로 마련된 서울시내 15개 구의회에서는 20∼30명의 구의원을 위해 500∼1000여평 규모의 의사당 건물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원실 역시 의원마다 별도의 고급책상과 인터넷전용선이 깔려 있다. 본회의장과 별도로 의회마다 3, 4개씩 마련돼 있는 세미나실이나 회의실들은 이용하는 의원들이 없어 1년 내내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내 구의회의 의원수는 30∼40여명이었던 1, 2대에 비해 30% 이상 축소돼 20명선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구의회는 의사당 사용공간을 유지하면서 의원들의 개인 공간으로 전용하고 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처럼 오히려 의사당 공간을 늘린 곳도 있다.
정작 구의원들이 ‘출근’하는 회의일수는 한해에 고작 80일 미만.
구의회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집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일을 보는 이들이 많아 법정 회의일수의 절반도 못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도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한모씨(33·여)는 “정작 보건소나 복지시설 등은 시설이 비좁고 노후한 곳이 많은데…”라고 말했다.
문제는 의사당이 아직 없는 구의회들도 이를 기준삼아 의사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구청에서는 구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경우 공연히 관계만 악화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의 요구대로 의사당 건립 예산을 편성해주고 있다.
경실련 지방자치국 윤순철(尹淳哲)국장은 “영국 등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는 지방의회가 개인집무실은커녕 퇴근 후에 시청이나 군청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꼭 필요한 공간 외에는 시민의 복지나 의정참여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