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 "일본인 공범 있었다"…엄상익변호사 만나 밝혀

  • 입력 2001년 1월 16일 23시 25분


일본에서 ‘원정절도’를 벌이다 체포된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62)씨는 “일본의 세콤(SECOM·무인경비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싶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조씨는 또 빈집털이 전문절도범인 일본인 공범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조씨는 16일 오후 4시10분부터 20분간 수감 중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경찰서 면회실에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변호해온 엄상익(嚴相益)변호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조씨는 “체포된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 지금까지 도와준 분들에게 면목이 없기 때문에 가명을 대고 영사 면담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엄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무슨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했나.

“원래는 일본의 노숙자 등을 상대로 신앙 간증과 선교활동을 하려고 했다.”

―범행장소인 시부야 쇼토(松濤)지구가 부유촌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고양빈’이라는 후배가 일본에서 공사장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를 통해 빈집털이 전문인 ‘아키라’라는 일본인을 만났는데 그에게서 들었다.”

―아키라는 어떤 역할을 했나.(아키라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

“사다리를 대주고 밖에서 망을 봐줬다.” ―시계 라디오 등 값도 별로 나가지 않는 물건을 들고 나온 이유는…. “아키라에게 그 집에 그런 것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체포 당시 칼은 왜 휘둘렀나. “경찰이 10여명이나 몰려들었다. 도망가다 당황해서 가방을 열어보니 칼이 들어 있어 엉겁결에 꺼내 한번 휘둘렀다.” 엄변호사는 조씨가 “일본 경찰은 다를 줄 알았는데 살인미수혐의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조사를 받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나. “한국에 가서 재판을 받고 싶다.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이제는 돌아가고 싶다.” 조씨는 “아내에게 오지 말라고 전해달라”며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을 생각하면 미안해서 진땀이 난다”고 말했다고 엄변호사는 전했다. 엄변호사는 “한국의 변호사단체들과 상의해 일본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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