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시험운행 한창 자원봉사 가상승객들 열기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4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공항의 시험 운영이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년 3월 개항 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은 10월 종합 시운전을 개시, 매일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마련해 공항 운영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항 업무의 핵심인 출입국 수속 등 여행자와 관련된 시험은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속에 치러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직장에서 은퇴한 50대 후반에서 60대 남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학생이나 미취학 자녀의 손을 이끌고 찾아오는 30대 여성도 적잖게 눈에 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으로 자신들이 선택한 날에 공항을 방문한 자원봉사자들은 하루 평균 7∼8시간씩 가상 승객 역할을 하며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여객터미널 통관대 등을 오간다.

공항공사는 공개 모집 당시 지원자 수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쳐 걱정을 했지만 막상 시험운영이 시작되자 교회나 사회봉사단체 등이 적극 가세, 매번 소요 인원을 초과할 정도의 호응을 얻으며 차질없는 시험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에 동원되는 자원봉사자 수는 실행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 된다.

특히 여객터미널 시설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내년 2월경에는 자원봉사자 1만5000명과 항공기 5대가 동원돼 최종 리허설을 하게된다. 시나리오는 홍콩의 첵랍콕 공항 등의 개항 준비에 참여했던 독일계 공항 운영컨설팅회사가 실제 공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토대로 150여 가지를 준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가상 승객 역할을 수행하면서 느낀 다소간의 불편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 터미널 내 표지 시설을 바꾸게 하거나 계단에 미끄럼 방지턱을 설치케 하는 등 400여건의 개선 사항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5번째 공항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현병호씨(60·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자원봉사자를 지원했다”며 “시설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인천공항이 개항 후 차질없이 운영되도록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