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대입]서울대 특차 '만점 탈락자' 나올수도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9시 41분


▼난이도 조정 실패 파장▼

올해 대학수학능력 시험은 대학 입시에서 ‘만점자도 떨어질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순히 고득점자가 많다는 것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출제본부가 수능 시험 당일 발표한 예상 점수와 실제 점수의 격차가 30점 이상 벌어질 정도라는 게 문제다. 물론 ‘상위 5%에 들면 실력이 같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해 대학별로 우수학생을 선발하면 된다는 옹호론도 있다. 어떤 입장에서 결과를 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번 수능의 경우 중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늘어나 대학 입시에서 혼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난이도 조정 실패〓출제본부측은 시험일인 지난달 15일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워 400점 만점에 3∼5점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뒤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21∼26점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결과는 상위 50%의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 기준으로는 84.2점으로 예상보다 6점 이상 높았고 400점 만점으로는 26.8점이 올랐다. 전체 평균도 27.6점이 올랐다. 난이도 실패의 ‘주범’은 언어영역. 지난해 만점자가 10명일 정도로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다소 쉽게 출제하려 했지만 19.5점이나 올랐다.

또 평균 점수가 5.7점 오른 수리탐구Ⅰ은 원리를 따지는 쉬운 문제에 높은 점수를 주는 ‘역배점’ 방식을 적용해 ‘점수 인플레’를 부추겨 상위권과 중위권 간의 점수가 좁혀졌다.

이 같은 ‘사고’는 출제위원회 구성에서 비롯됐다. 현직 교수인 출제위원들이 고교 교사의 출제위원 참여에 반대했으며 난이도 예상 평가에 안이했다. 수험생의 ‘눈 높이’에 문제를 맞추지 못한 것. ‘쉬운 수능’이라는 명분에 집착했다는 평도 듣는다.

▽만점자도 불안〓특차전형에서 만점자도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들은 선택 과목의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변환표준점수를 쓰기 때문에 역전현상이 생길 수 있다. 올해 만점자는 인문계 42명, 자연계 24명 등 66명이지만 변환표준점수 만점자는 인문계 6명, 자연계 14명 등 20명이다. 만점자가 남 30명, 여 12명인 인문계의 경우 변환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만점자는 6명, 399점자는 22명이다.

일부 만점자의 변환표준점수는 398점대까지 내려가지만 인문계의 변환표준점수 398점 이상인 수험생은 116명이다. 자연계도 마찬가지. 원점수 만점자는 남 17명, 여 7명이지만 변환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만점자는 14명이다. 만점자 가운데 10명은 변환표준점수 398점대(모두 56명)에 속한다.

이에 따라 서울대 의예과(17명)와 치의예과(10명) 법학부(모집인원 50명) 경제학부(22명) 등 고득점자가 몰리는 학과의 특차전형에서 ‘만점 탈락자’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학생부 성적이 불리한 특목고와 비평준화고교 수험생은 서울대의 경우 등급별로 1.5점씩 손해를 본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내년수능 "변별력 갖추려면 평균 75점이 적당" ▼

내년부터 9등급제로 바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쉬울까, 어려울까.

박도순(朴道淳)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12일 ‘수능 시험의 이상적 난이도는 상위 50% 집단의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75∼80점’이라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원장은 “평균 점수가 75점 주변에 머무를 때 변별력이 가장 좋다”면서 “내년에는 난이도 조정에 정확성을 기해 이런 방향으로 출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 상위 50% 집단의 평균 점수는 84.2점(400점 만점 기준 336.8점)이다. 박원장의 말대로라면 내년 수능의 평균 점수는 올해보다 4.2∼9.2점(400점 만점 기준 16.8∼36.8점) 낮아져야 한다.

지난해 수능 평균 점수가 77.5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수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평가원은 올해 문제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난이도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힘들다. 평가원의 예측도 어긋나기 일쑤다. 의도적으로 수능 시험을 어렵게 내는 과정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풀기 힘든 문제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

수능의 변별력 논란에 대해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과외 방지를 위한 ‘쉬운 수능’을 옹호해온 교육부는 현재 내년 수능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박원장은 내년 초 임기 만료로 퇴진한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0정도 크게 줄었다…작년 104명서 25명으로▼

단 한 문제도 맞히지 못한 수험생은 25명. 지난해 0점자가 104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 수능은 확실히 쉬웠던 셈. 25명 가운데 선택과목인 제2외국어까지 치러 0점을 받은 수험생도 2명이었다.

영역별 0점자는 언어 59명을 비롯해 수리탐구Ⅰ 217명, 수리탐구Ⅱ 36명, 외국어영역 24명, 제2외국어영역 9명 등 모두 345명.

평가원은 이름과 수험번호를 적고 2, 3문제만 풀거나 백지 답안을 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전 과목 답안을 표기하고도 0점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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