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이 숙박시설 건축…고양시 주민들 거센 반발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2분


러브호텔의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시의회 건설위원장이 가장 큰 규모의 숙박시설을 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이 ‘러브호텔’ 건축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건물은 차곡재 경기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57)이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2202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짓고 있는 숙박시설. 객실이 66개로 일산에서 가장 큰 규모다. 대화동에는 13개의 러브호텔이 몰려 있다.

올 6월29일 착공된 이 숙박시설은 차의원이 경영하는 H종합건설이 공사중이며 현재 6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시의원이 숙박시설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고양시 러브호텔 난립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은 12일 오전 일산구청에서 차의원과 만나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차의원은 “거액이 투자돼 무조건 손을 뗄 수는 없지만 시민들이 적당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면 매각이나 용도변경도 수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숙박시설인 만큼 러브호텔과 같은 향락시설로 전락할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양시가 숙박시설을 매입할 의사가 없고 달리 수익을 올릴 방안도 마땅치 않아 현실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김인숙 러브호텔 공대위 공동대표(46)는 “러브호텔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시민의 대표가 숙박시설을 직접 짓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