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동교동계 11명 '비장한 술자리']兩甲 한자리에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53분


10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민주당 동교동계 의원 11명의 모임은 한마디로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고 자성했으며, 권노갑(權魯甲) 한화갑(韓和甲) 두 최고위원간의 갈등에 대해 자탄하기도 했다. “마음을 비우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발언들도 쏟아져 나왔다.

다음날인 11일 한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내분 양상과 갈등이 해소됐음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들이 많았다. 갈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차기 대선구도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진 흔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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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밤 회동도 권최고위원이나 한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마련한 자리도 아니었다. 설훈(薛勳) 배기선(裵基善) 배기운(裵奇雲)의원 등 동교동계 소장파들이 “식사나 하자”는 말로 권, 한 두 최고위원을 불러낸 자리였다.

물론 회동 분위기는 허심탄회했으며, 그 분위기 속에서 오랜 동지로서의 정(情)과 시스템보다는 인적 관계에 더 기초한 동교동 인사들간의 1차적 관계가 잘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한최고위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설훈의원은 이날 권최고위원에게 “제가 죄인이고 제탓입니다. 형님들을 잘못 모셨습니다. 특히 장형이신 권최고위원을 한번도 도와드린 적이 없습니다. 오늘 이후 권최고위원 참모역할을 하겠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른 참석자는 “두 형님이 싸운다는 얘기가 나온 뒤 지역구에 가보니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냐’는 여론이 많았다”며 두 사람의 화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의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권최고위원은 “그동안 소원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자. 나도 외로운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김옥두총장이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의 ‘권노갑 퇴진론’에 대해 “내가 사무총장 옷을 벗고 끝까지…”라고 흥분하기도 했지만 소장파들은 “그 사람도 나름대로 충정을 가지고 한 얘긴데 우리가 다 안아야 합니다”라고 설득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최고위원은 웃으며 “형님(권최고위원)은 정최고위원에게 사무실도 내주고 많이 도왔다던데 나에게는 1원 한푼 준 적 있소”라고 농담을 던졌고, 권최고위원은 “그건 맞아”라면서 “내가 감옥에 갔을 때도 제일 먼저 찾아온 것이 한최고위원이었지”라고 회상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어깨동무를 한 채 ‘우리의 소원’을 합창한 뒤 자리를 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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