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씨 정관계대상 구명로비 수사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42분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27)씨 금융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4일 이 회사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55)씨가 진씨의 ‘구명운동’을 위해 정관계에 돈을 뿌렸는지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3일 소환된 김씨가 “8∼11월 진씨에게서 변호사 선임비용 등의 명목으로 12억5000만원을 받아 이중 7억6200만원을 변호사 선임에 쓰고 나머지 4억8800만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서울지법 한주한(韓周翰) 영장전담 판사가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진씨에 대해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진씨를 구속수감했다. 진씨는 당초 실질심사를 신청했으나 이날 오전 입장을 바꿔 이를 포기했다.

검찰은 또 이날 김씨를 횡령 등 혐의로 구속하고 진씨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고 검찰 직원들에게 수사내용을 문의하는 등 진씨를 도와준 대가로 김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검찰 주사보 출신 브로커 김삼영(金三寧·42)씨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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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로비 및 정치자금제공 의혹 수사〓검찰은 진씨가 4·13 총선전 여야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씨와 관계자들의 계좌를 추적중이지만 뚜렷한 단서는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7억6200만원중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는지, 또 김씨가 진씨에게서 받은 돈이 12억5000만원 이외에 더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접촉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제 김씨가 변호인 선임비용으로 쓴 돈의 정확한 액수를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개인적으로 빼돌렸다고 진술한 4억8800만원의 사용처가 김씨의 진술과 일치하는지도 확인중이다.

▽기타 수사〓김삼영씨는 검찰 직원들에게 진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고 진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건 관련자들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강요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밖에 검찰은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진씨에게 리젠트증권 주식을 집중 매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i리젠트그룹 제임스 멜론 회장(43·영국인)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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