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트 '한국 상륙' 실패로 가나…증권-화재株 폭락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9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이후 한국 금융산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리젠트그룹이 이른바 ‘진승현게이트’에 관련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젠트종금은 25일부터 예금인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리젠트증권과 리젠트화재는 이미지가 손상될 것으로 우려되고 첫 외국인 자산운용사인 리젠트자산운용도 실적이 좋지 않다는 평이다.》

28일 리젠트종금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리젠트증권은 10.9%, 리젠트화재는 13.68%나 폭락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i리젠트도 28일 홍콩에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는 i리젠트의 자회사인 리젠트종금 증권 화재 등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리젠트는 그동안 한국 금융산업에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이 어려웠을 때 투자했다는 점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프루덴셜이나 AIG 등 외국 금융회사들이 제일투신이나 현대증권 등에 투자하려는 것도 리젠트의 성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리젠트가 흔들릴 경우 외자유치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리젠트측은 이에대해 주가조작의혹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일 뿐이며 한국 투자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젠트 계열사가 흔들리나〓리젠트종금은 한미은행의 자금지원을 기대했으나 불법대출사건으로 무산됐다. 리젠트가 리젠트종금(옛 경수종금)을 인수할 때 주당 가격은 1만2000원대, 현재 주가는 1700원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13일부터 주가조작 검사를 하고 있는 리젠트증권에서 소규모이기는 하나 고객이 이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리젠트증권이 MCI코리아에 대출한 280억원중 140억원에 대해선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손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나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6월 인수한 리젠트화재도 공격적인 경영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위스콘신주정부와 도쿄해상화재보험 등 외국인 투자자를 모집해 78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아직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젠트에 대한 평가〓금감원과 증권업계는 리젠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중 상당수는 경쟁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투자자문 사장은 “IMF위기를 이용해 한국에서 큰 돈을 벌기 위해 투자금액의 70∼80%를 한국에 집중투입했으나 주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리젠트그룹이 97년 러시아채권을 국내에 많이 팔았다는 사실 때문에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다. 대한투신을 인수하겠다고 해놓고 인수자금을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모으려다가 금융권으로부터 힐난을 받기도 했다. 리젠트 계열사의 한 임원은 “멜론 회장이 나서서 주가조작 등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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