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6호선 부분-전면개통 논란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24분


다음달 초 부분 개통이냐, 내년 1월중 전면 개통이냐. 20일경 완전 개통될 예정이던 서울 지하철 6호선 개통 문제를 놓고 서울시가 ‘솔로몬의 지혜’를 찾고 있다.

26일 서울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만나게 될 환승역인 약수역. 그러나 개통 예정일을 일주일 정도 넘긴 이 곳은 파이프 벽돌 등 건축자재만 널려 있을 뿐 작업 인부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용산구 이태원동과 중구 약수동간 4개 역(이태원, 한강진, 버티고개, 약수)의 시공을 맡은 S건설이 이달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무리 공사가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신당동에 살고 있는 주민 이형자씨(27)는 “지하철 개통일이 지났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이 곳을 지날 때면 언제 무엇이 떨어질지 불안하다.

부득이 준공이 늦어진다면 급한대로 위험해 보이는 시설물 정도는 치워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근처에서 꽃가게를 하고 있는 김정희씨(31)는 “제대로 공사를 마치지 않은 채 부분개통을 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무원은 “환승구 공사가 늦어져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특히 이 역은 3호선 환승역이라 만약 부분개통이 강행된다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수역에 인접한 버티고개역과 한강진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반면 이미 공사가 끝난 역 부근에 사는 주민들은 완공된 구간만이라도 우선 부분개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주민 박형균씨(42)는 “우선 개통이 가능한 역이라도 지하철을 운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현재 6호선중 8월 개통된 상월곡∼봉화산역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서 지하철 내부공사는 다 끝났다. 다만 S건설이 맡은 4개 역과 파산결정이 내려진 H건설이 시공중인 광흥창역 등 5개 역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바람에 개통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서울시는 지난주 마감공사가 덜 끝난 5개 역을 놓아 둔 채 지하철을 운행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울시가 하도급업체의 자금 지원을 보장한 뒤 전면 개통을 기다린다면 내년 1월 중순이 지나야 가능하다.

최창식(崔昌植)지하철건설본부장은 “전면 개통을 하자니 수십억원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하고, 완공된 27개 역사를 부분개통할 경우 지하철이 지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시는 이번 주중 이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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