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철원 배고픈 철새들, 남으로 남으로…

  • 입력 2000년 11월 23일 21시 46분


최근 문화재청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천통리 철새보호지(천연기념물 245호)를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 일대 논 10만여평을 갈아 엎는 바람에 올 겨울 철원평야에 철새먹이가 크게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최근 이상난동 현상이 계속되자 농민들이 내년 농사를 위해 대대적인 논갈이를 하면서 철새들의 주 먹이인 논바닥의 나락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철원군 일대 민통선 이북지역과 비무장지대에서 월동하던 일부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경기 연천군 등으로 날아가고 있다.

철원군조류협회 이시우(李時雨·39)회장은 “예년의 경우 비무장지대에서 지내던 철새들이 먹이가 부족해지는 2월경이나 남하했으나 올해는 벌써 일부 철새들이 남하하기 시작, 먹이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예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상당한 양의 철새먹이가 후원됐으나 올해는 경제난 등으로 이마저 끊겨 철새들이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철원군도 당초 철새먹이용으로 곡물 36t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25t밖에 확보하지 못해 나머지 10여t을 강원도에 긴급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철원평야에는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 100여마리, 203호인 재두루미 700여마리, 독수리 8마리, 기러기 및 오리류 10만여마리 등 각종 철새가 머물고 있다.

<춘천〓최창순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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