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수능 저조" 엄마 식음전폐 숨져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50분


고3 수험생의 어머니가 아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비관해 사흘째 식음을 전폐하다 숨졌다.

19일 오전 10시경 박모씨(47·여)가 전북 익산시 모현동 자택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에 따르면 박씨는 15일 수능시험을 치른 큰아들 김모군(17·A고 3년)의 성적이 가채점 결과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보이자 크게 낙담해 17일부터 식음을 전폐해왔다.

평소 학교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에서 370점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온 김군은 예년에 비해 문제가 쉬워 평균 10점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이번 수능시험에서 오히려 평소 점수에 약간 못미치는 370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89년 의사인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두 자식을 키우며 살았던 박씨는 중학교 때까지 전교 1, 2등을 다투던 장남을 의대에 보낼 생각이었으나 시험 직후 아들로부터 예상 점수를 전해 듣고 “그 점수로 어떻게 의대를 가겠느냐”며 크게 실망해 곧바로 안방에 드러누웠다는 것.

박씨는 17일 오전부터는 식음을 전폐한 채 자녀들에게 “기분이 안 좋아 잘 테니 깨우지 말라”고 말하고 안방으로 들어갔고 18일 저녁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19일 오전 인기척이 없어 자녀들이 들어가 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은 장남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살아온 박씨가 큰 충격을 받은 뒤 식음까지 전폐하다 쇼크사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익산〓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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