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금 불법대출]오기준사장 정치권 로비창구 의혹

  • 입력 2000년 11월 7일 23시 28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이경자(李京子·56)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양팩토링(기업 상대 어음 할인회사) 사장 오기준씨의 실체와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씨는 이부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당일인 지난달 26일 갑자기 해외로 출국했다. 또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사장은 6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오씨를 이부회장의 정치권 로비 창구로 지목했다.

정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오씨가 민주당 최고위원인 권노갑(權魯甲)씨와 김홍일(金弘一)의원을 이경자부회장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 정사장 주변에서는 오씨가 이부회장의 자금 관리자로 일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가차명 계좌로 관리하면서 사설펀드에 투자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오씨가 사장으로 있는 신양팩토링이 실제로는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물론 이부회장은 이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오씨는 정치인, 그 중에서도 호남출신 정치인들과 깊은 교분을 맺어왔다는 얘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의원은7일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회 건교위 국감에서 질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가 호남사람이니까 20년 전쯤 인척의 소개로 알았으며, 그냥 인사만 나눈 뒤 10년 전쯤인가 일과 상관없이 한 두번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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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준은 누구인가▼

오씨의 측근인 A씨는 “오씨가 정치권 인사들과 교분을 맺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특히 오씨가 고위층의 인척인 C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오씨가 이번 사건에 깊이 개입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오씨도 이부회장에게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씨의 역할이란 게 이부회장의 ‘얼굴마담’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오씨가 폭력조직 서방파와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파 두목 김태촌(金泰村)도 오씨를 형님으로 깍듯이 모셨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오씨가 최근에는 폭력조직과 거의 교류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회 행자위 감사에서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의원은 오씨에 대해 “전과 33범인 오기준 신양팩토링사장은 목포에 기반을 둔 신양 OB파 두목이며 경찰청의 조직폭력배 특별관리대상”이라고 말하고 “그럼에도 오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수사기관의 방조 때문이 아니냐”고 따졌다.

▼검찰간부-이경자씨 연루 조사▼

▽검찰수사〓한편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 부장검사)는 7일 KDL 정사장이 “동방금고 이부회장은 검찰 고위층과 가깝게 지냈다”고 진술해 검찰 고위간부가 이 사건에 연루돼 있는지를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6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이부회장이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을 KDL 회장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정사장의 증언과 관련해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을 통해 전달된 이부회장의 뇌물 10억원중 일부를 받았는지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또 일부 금감원 관계자가 불법대출에 관여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전승훈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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