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찬씨 유서 진실은 어디까지?…곳곳 미심쩍은 내용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25분


자살한 장래찬(張來燦)전 금감원 국장의 유서 내용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유서 내용 중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다가 장씨의 과거 상사 부인(이윤진씨)의 주장과도 엇갈리는 대목이 많아 사실판단이 쉽지 않은 상태다.

동방금고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이덕선(李德善)특수2부장은 “유서의 내용이 진실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이씨의 주장이 검찰의 심증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씨처럼 유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진술과 유서의 내용, 작성된 당시의 정황 등에서 심증의 근거를 찾고 있다.

우선 장씨가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사려고 1억6000만원을 빌린 친구로 알려진 남모씨는 2일 검찰에 출두해 “나는 돈을 빌려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장씨는 유서에서 이 돈과 자신의 돈 2400만원을 합해 주식 2만3000주를 샀다고 적고 있어 남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1억8400만원의 출처가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이기배(李棋培)3차장은 “장씨가 ‘뇌물’에 얼마나 관련됐는지를 알기 위해 그동안 남씨를 비롯한 주변인물을 계속 추적해 왔다”고 말했다.

또 장씨는 돈 거래를 하면서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장씨에게 계좌 명의를 빌려준 문모씨도 소환해 조사했다. 문씨는 “장씨가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장씨가 동방금고측에서 받은 것으로 보이는 주식손실금 7억원은 또 다른 차명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유서 8쪽 가운데 주식매매 경위를 적은 2쪽은 다른 유서와는 달리 글씨가 또박또박 적혀 있는 점에 비춰 장씨가 검찰 출두 후 변명을 하기 위해 미리 써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씨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그가 어디선가 돈을 조달해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샀거나 공짜로 받아 7억원의 이익을 본 뒤 이 돈을 한국디지탈라인 주식에 다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자 동방측에서 7억원을 되받았다는 것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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