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펀드' 실명거론 공방]검찰총장과 명단 대조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24분


《2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에선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으로 구속된 정현준(鄭炫埈)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사설펀드 가입 의혹과 관련, 그동안 영문이니셜로만 거론됐던 여권인사 4명의 실명이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에 의해 전격 공개되면서 몇차례 정회소동 끝에 자동 유회되는 등 파행이 계속됐다.》

▽한나라당의 ‘KKK’ 실명 거론〓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에게 “‘동방사건’ 수사 보고부터 하라” “이 사건에 개입한 ‘KKK단’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주영의원은 “보도에 따르면 정사장이 개설한 사설펀드에 민주당 실세와 검찰 간부가 가입돼 있어 서울지검 특수부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총장은 “검찰 수사에서는 (여권 실세 이름이) 등장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의원은 작심한 듯 “증권가 등 시중에 파다하게 유포된 얘기를 말하겠다. ‘KKK’는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 김홍일(金弘一)의원이고, (또 다른 사람은)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라고 하는데 맞느냐 틀리느냐”며 여권 인사 4명의 이름을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실명화’했다.

▽여당의 반발과 정회〓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의원을 비난했다. “동료 의원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함승희·咸承熙의원) “비겁하게 면책특권의 방패에 의지하지 말고 국감장 밖에서 기자들에게 얘기하라”(천정배·千正培의원) “감사장을 동료의원 ‘도살장’으로 만들고 있다”(배기선·裵基善의원)는 등 성토가 이어지다 국감은 낮 12시반경 중단됐다.

▽‘정현준펀드’ 명단 확인 논란〓오후 4시께 속개된 국감에서 박순용총장은 서울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정현준 펀드’ 가입자 명단을 여야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과 함께 국감장에서 일일이 확인한 뒤 “문제가 된 4명의 이름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의원의 제명을 검토해야 한다” “(이의원의 주장은) 조직적인 공작 정치의 진수” “정현준식 한탕주의 수법”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의원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펀드에 가차명으로 가입했을 수도 있다” “정현준을 데려와 신문하자”며 맞서 고성이 오갔다.

이에 따라 국감은 몇차례 ‘중단’과 ‘속개’를 오갔다. 이의원은 오후 정회 후 사석에서 “나름대로 특별한 정보가 있어서 발언한 것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 크게 나왔고, 또 시중에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확인 차원에서 한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오후10시35분경 민주당의원들이 ‘거론된 개인과 민주당에 대한 사과’와 ‘속기록 삭제’ 등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법사위 국감은 없다며 집단 퇴장해 국감은 자동 유회됐다.

▽당사자 반론〓권노갑최고위원은 “터무니없이 조작된 발언으로 민심을 혼란하게 한 정치인은 반드시 법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철저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김옥두총장은 “증권가에 떠도는 말을 면책특권을 이용해 퍼뜨리는 것은 국회의원 자질이 없는 것이다. 근거가 있다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서 비겁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다른 자리에서 정정당당하게 밝히라”고 반박했다.

김홍일의원은 “정현준도, 이경자(李京子)도 모른다. 지금까지 주식 한 번 사본 적이 없다”며 “법적 대응 문제는 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준영수석은 “내 자리를 걸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종식·신석호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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