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前장관이 본 장래찬씨 "재력-배경 과시"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5분


정현준사건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경자 로비의 핵심 열쇠를 쥔 금융감독원 장래찬(張來燦·53·대기발령·전 비은행검사1국장)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장씨가 입을 열 경우 ‘여러 사람이 다칠 가능성’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의 추측.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27일 “장씨는 신용금고 담당국장 시절 자신의 재력과 청와대 및 재무부 출신 인사와의 관계를 은근히 과시하곤 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평소 “이미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어 놓았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초연해야 할 검사국장으로서 나만큼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얘기해 왔다는 것. 실제 장국장은 80년대 재무부 주사 시절 때 경기도 수원에 제법 규모가 큰 빌딩을 장만했다. 장씨는 오히려 부하 직원들이 업계의 로비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상사들에게 보고하곤 했다.

업무와 관련해 부하 직원들을 혹독하게 다뤄 아랫사람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좋지 않은 편. 재무부에서 10여년간 신용금고 업무를 담당했으며 86년 신용관리기금으로 옮겨와 금고검사일을 했다.

한 관계자는 “장씨는 ‘실력은 모자라면서 재무부 배경으로 버티는 사람’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며 “장씨는 재무부 전현직 인사 모임인 재우회에 다녀온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전직 상사였던 한 관계자는 “장씨가 정현준사장 사설펀드에 가입을 권유했다면 자신이 신세를 진 금감원과 재정경제부 등의 개인적으로 챙겨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장씨는 또 지역 자금줄인 신용금고를 통해 정계인사들과도 연관이 많아 대 국회 로비때도 꽤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인사 때마다 장씨보다 뛰어난 후배가 많았지만 금감원 내의 재무부 출신 상사들이 챙기는 바람에 승진길이 막힌 후배들의 원성도 없지 않았다는 것. 9월 대기발령 받을 때도 ‘장국장을 선처하라’는 권력 기관의 요청 때문에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꽤 고민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홍찬선·박현진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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