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고민하는 檢 "경제생각하면 속전속결"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5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수사의 수위와 속도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검찰수사에 대한 신뢰와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을 이틀간 조사하면서 이 사건의 윤곽을 대략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사장 등이 수백억원을 불법대출받은 경위와 대출금의 사용처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금감원과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의혹 수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정사장이 조성한 사설펀드의 성격과 규모, 가입자 명단도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는 “이 사건은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수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대출자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찾아내고 정사장과 이부회장 등을 추궁해서 로비대상자를 가려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처럼 쉽게 수사를 마무리지을 경우 과연 국민이 그 수사결과를 믿어줄 것이냐고 우려한다. 검찰간부들은 그 때문에 정사장 등의 불법대출 혐의만 검찰이 밝혀내고 나머지 부분은 수사를 하지 말고 국정조사에 떠넘기는 방안도 심각히 고려했었다고 말한다.

수사를 한없이 끄는 것도 또 다른 차원에서 부담이다. 검찰간부는 “어려운 경제여건과 코스닥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수사를 질질 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들은 “이래 저래 곤혹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취재진에게 묻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의 고민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관계에 대한 로비의혹 수사에 부담을 느껴 지레 ‘엄살’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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