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공원앞 향나무 수난…구청 市에 보호수지정 요청

  • 입력 2000년 10월 5일 19시 10분


“저 좀 살려주세요.”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정문 앞에 있는 향나무가 살려달라는 ‘SOS’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수령 250년이 넘은 이 향나무는 높이 17m, 둘레 2m.

향나무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사직로 확장공사로 인해 공원 일부가 잘려나가면서부터. 당초 사직공원 안에 있던 이 나무는 당시 ‘졸지에’ 공원 밖으로 쫓겨나는 수난을 겪기 시작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관리 소홀로 나무가 차츰 기울고 있는데다 도로 변에 있어 가지치기를 자주 하는 바람에 모습이 흉해졌다”며 “커브길에 접해 있어 차량들이 자주 들이받는 바람에 ‘속병’이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청 측은 특별관리를 위해 최근 서울시에 보호수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근 주민들이 이 나무에 애틋한 정을 느끼는 것은 나무에 얽힌 ‘민간신앙’ 때문. 원래 사직단이 있던 땅의 기운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이 나무를 심어 지기(地氣)를 제압, 마을 주민들의 평안을 빌었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향나무가 자칫 쓰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며 당국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