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保외압수사]"李씨 비리혐의 박주선씨와 전화 협의"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0분


신용보증기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 부장검사)는 박주선(朴柱宣·현 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에게 3일 출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박 전비서관을 상대로 지난해 4월말 당시 신보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에 대한 사직동팀의 내사착수 사실 및 수사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보고받은 후 이를 당시 신보 최수병(崔洙秉·현 한국전력 사장) 이사장 등에게 통보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전비서관이 최 전이사장이나 신보 손용문(孫鎔文·현 전무) 전이사 등과 이씨의 사표문제를 협의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최 전이사장은 2일 오후 9시경 검찰조사를 마친 뒤 서울지검 기자실에 들러 지난해 4월 전화로 박 전비서관과 이씨의 비리혐의 등에 대해 협의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최 전이사장은 “지난해 4월26일 인사담당 이사가 이씨에 대한 사직동팀의 내사 사실을 보고해 손 전이사가 있는 자리에서 박 전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의 선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비서관은 “이씨 혐의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며 “이사장이 직원 비리에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최 전이사장이 전했다.

최 전이사장은 또 “박 전비서관과 이씨의 사표제출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며 “이씨가 당시 지점장 자리를 오래 비울 경우 생길 업무상 차질 등을 고려해 사표를 받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최 전이사장은 이 사건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 및 검찰 1차 조사에서 박 전비서관 등 외부인사와 이씨 문제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해 왔다.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최 전이사장은 “오래 전의 일인데다 업무상 중요한 일도 아니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이사장을 두 번째 소환해 손 전이사와 대질신문을 벌였다.검찰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장관도 이번 주말경 소환, 이씨에게 대출보증 압력전화를 걸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 뒤 다음주 초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씨와 전 사업본부장 육상조(陸相朝)씨를 다시 불러 ‘이씨 집에 현금 300만원이 든 케이크 상자를 보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 케이크 상자 안에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와 편지를 넣고 포장하는 모의실험을 실시하고 사진촬영을 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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