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씨 수사]검찰, 개인비리-도피배후 초점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6분


검찰이 이운영(李運永)씨를 검거한 뒤 그의 개인비리와 도피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이씨 주장의 신빙성에 타격을 줘 사건의 본질과 초점(외압의혹)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도 문제지만 그를 감싸고 여론을 호도한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며 배후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한빛은행 불법대출 및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외압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검찰도 이 같은 비판여론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검찰 관계자는 “배후수사가 자칫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수사를 미룰 경우 관련자들이 도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오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법대로 해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보복수사’라는 정치권 등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배후수사를 서두르지는 않되 시간을 갖고 실체를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검찰은 24일 이씨의 기자회견을 주선하고 도피를 도운 혐의로 대학서클 선배인 오홍명씨(59)를 구속한데 이어 ‘역할 분담자’ 2, 3명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22일 긴급 체포된 국정원 해직 간부들의 ‘국가 사랑 모임’(국사모) 회원인 송영인(宋永仁·58)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중이다.

한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KBS ‘일요대담’에 출연해 “배후설 음모설 등은 여당이 애용하는 용어들로 우리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사건의 실체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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