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씨 단독인터뷰]"박지원씨가 먼저 대출보증 압력"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56분


이운영(李運永)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 21일의 검찰 출두를 하루 앞두고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의 대출보증 전화 압력설’을 재차 확인하며 박전장관 등의 보증 압력 과정을 보다 상세히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9시간 동안 단독회견을 가진 이씨는 “만약 내가 동아일보와 회견한 내용과 다른 얘기가 검찰 수사 결과로 발표되면 그것은 회유 또는 조작의 결과로 봐도 좋다”고 단언, 검찰 수사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씨는 이날 지난해 2월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실로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아크월드에 대한 보증압력을 행사한 당사자가 박전장관이라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던 박지원씨의 목소리는 텔레비전 등을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혹시 아크월드의 박혜룡, 현룡 형제가 위장해 전화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대해 이씨는 “내가 박전장관과 그들 형제의 목소리는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그러나 “지점장실의 전화기는 녹음이 불가능한 것”이라며 박전장관과의 통화를 녹취해 놓았다는 항간의 추측은 일축했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 박전장관과 이씨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경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씨는 또 지난해 아크월드에 대한 15억원 보증 압력과정(표 참조)에 대해 “박혜룡 형제가 보증을 신청하거나 부탁하기에 앞서 박전장관이 먼저 압력을 행사했던 것”이라며 “이는 통상적으로 당사자들이 노력해 보다가 잘 안되면 ‘고위층’ 등을 동원하는 압력 방식과 달라 기억이 뚜렷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씨는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보증 청탁과 관련해 “회사 안팎에서 ‘추천’ 이상의 강력한 보증 청탁이 6개월에 수십건씩 들어오곤 한다”며 “내 경우 이 가운데 60∼70% 정도를 해결해 주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사직동팀이 지난해 4월22일 조사할 당시 뇌물을 받았다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나에게 리베이트 받은 사실을 실토하라고 윽박질렀다”며 “이런 사실이 바로 내가 보복 수사를 당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초 예정대로 21일 오전 10시경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주선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바로 서울지검에 자진 출두할 예정이다.

<하종대·이승헌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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