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직동팀 방문 몸싸움' 여야 설전

  • 입력 2000년 9월 19일 01시 19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18일 몸싸움 끝에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 건물에 들어간 것과 관련, 민주당이 ‘공권력 유린사태’라며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서 여야 관계가 더욱 험악해졌다.

한나라당 권력형비리 진상조사특위(위원장 현경대·玄敬大) 소속 위원들은 그동안 ‘보복수사’ 의혹을 제기해온 이운영(李運永)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주장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사직동팀을 찾았다.

특위 위원들은 사직동팀 건물 앞에서 이를 막는 전경들과 10여분간 승강이를 벌인 끝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폭행시비로까지 발전했다. 사직동팀 건물에 야당조사팀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사직동팀 팀장인 김길배(金吉培)조사과장은 야당의원들에게 “신용보증기금 직원이었던 이운영씨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고, 특히 영동지점장은 1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이어서 조사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특위 위원들은 이어 사직동팀의 전임 팀장이었던 최광식(崔光植)서울 은평서장을 만나기 위해 은평경찰서를 방문했는데 최서장이 경찰서 집무실 옆 내실에서 4시간 동안 숨어 있다 끌려나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서장은 야당의원들에게 “자체 첩보로 이씨를 조사했으며 청와대로부터 조사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야 관계개선안을 논의하던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 회의장은 일순 야당 성토 분위기로 돌변했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국가기관에 폭력을 행사하며 난입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도 “법 질서를 위반한 사람들은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며 사법적 대응까지 거론했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은 “야당의원들의 폭력 난입이 여야대치 국면을 강화시켰으나 이를 대야전략에 연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늘 방문을 통해 사직동팀은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로 이운영씨를 조사했고, 명백히 권력남용을 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여당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사소한 일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영찬·공종식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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